일에 매몰되어 머릿속이 뒤엉켰을 때 풀어내는 방법

제대로 삽질을 해야 시간을 투자한 보람이 있다.

무슨 일이든 디깅digging | 깊게 파는 일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그 자체에 매몰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저는 예전에 방문 고객을 환영하는 간단한 동영상을 만들려고 한 적이 있었습니다. 한참 편집에 집중하다 문득 정신을 차렸습니다. 그때 저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요?

결과물을 만드는 것보다 영상 편집 툴파이널컷이나 프리미어 같은을 어떻게 더 잘 활용할 수 있을지에 빠져 있는 제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입했는데 인터넷에서 툴tool 효율적으로 다루는 방법 따위를 보고 있었던 것이죠.

이렇게 보내는 시간은 나중에 자연스레 실력 향상의 밑거름이 되긴 합니다. 그렇다고 그게 좋은 일이냐라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목적지를 향해 걷다가 중간에 호기심이 발동해 다른 일을 하는 것은, 모든 것을 스펀지처럼 흡수해야 하는 아이들에게 적합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성인, 특히 성과를 내는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목표 달성을 위해 가장 효과적으로 시간을 써야 하겠죠. 툴tool을 더 잘 쓰고 싶었다면 그런 목표를 따로 세워서, 시간을 할애해서 달성해야 할 문제입니다. 우리는 효율을 지향하다 효과를 놓치는 어리석음을 종종 반복합니다.

이렇듯 매몰 현상은 시간을 낭비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하지만 문제는 하나에서 그치지 않죠. 치명적인 문제를 더 끌어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타래가 꼬이면 풀기 매우 어렵다.

실이 엉키기 시작하는 과정 – 몰입이 아닌 매몰

‘치명적인 문제’라는 건 일을 더 어렵게 여기도록 만드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이번에도 경험을 기반으로 이야기하자면, 저희는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품 기획, 제작, 마케팅, 판매, 배송을 모두 처리하는 시스템으로 진행하고 있는데요.

그중 저는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마케팅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온라인 마케팅을 쉽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실제로 집행했을 때 별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성과가 좋았기 때문입니다. 사전학습을 많이 하긴 했지만 그런 결과를 예상하지 않았거든요. 게다가 가끔 상상을 초월하는 대박이 터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좋은 성과는 사람들의 기대로 이어졌고, 저는 그 성과를 계속 초과 달성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더 열심히 온라인 마케팅퍼포먼스 마케팅에 대해 공부하고 적용하는데 몰입했습니다. 아니, 매몰되었죠.

그러다 보니 저는 일에 대한 시각이 매우 협소해졌습니다. 쇼핑몰을 운영하는 시스템에서 마케팅 비중이 전부가 아닌 것은 너무 당연합니다. 하지만 저는 마케팅 이외의 업무를 등한시 여겼습니다. 왜냐하면, 광고 성과가 좋은 날에는 매출도 같이 올라갔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시스템을 전체적으로 보지 못하고 온라인 마케팅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marketing is all는 식의 행동을 나도 모르게 사람들에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과정 속에서 ‘사람이 변했다’는 말도 들려왔습니다. 하지만 당시엔 그 사람들의 뒷담화를 듣고 코웃음을 쳤죠.

여유없이 급하게 실타래를 풀면 더 꼬인다.

그렇게 매몰되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그리고, 마케팅 성과가 마음에 들지 않았을 때는 엄청난 압박감을 느꼈습니다. 자연스레 스트레스 지수가 차오르기 시작했죠.

그러다보니 점점 온라인 마케팅이 어려워져만 갔습니다. 마케팅 용어에 대해서는 많이 알게 되었고, 익숙해져 갔지만 그만큼 할 일이 많아지기만 했습니다. A를 아니까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B도 아니까 저것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한마디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 하게 된 거죠.

그런 생각이 반복될수록 ‘나는 부족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존감은 낮아져만 갔습니다. 바닥을 친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특출난 결과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누가 뭘 해서 잘 되었더라’는 광고를 보고 홀린 듯이 강의를 찾아 듣기 시작했습니다.

강의를 듣는 순간에는 ‘나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충만해졌습니다. 하지만 그때뿐이었죠. 강사들이 성과를 이룬 대단한 사람인 건 맞습니다. 그렇지만 강사는 그들이 속한 환경에만 적합하거나, 또는 어느 누구에게나 두루 맞는 일반적인 방법론을 이야기를 해줄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당연히 강의에 나온 방법들이 우리 회사에게 상세하게는 맞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사수는 없고 강의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입장에서 다른 생각을 유연하게 할 수 없었습니다.

누구는 A방법을 사용해 성공했고, 다른 누구는 B라는 방법 또는 요소를 잘 활용해서 성공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이것저것 시도했지만, 결국 성과로 이어지진 않았죠. 점점 실이 엉켜서 풀 수 없는 상태가 되어 괴로웠습니다.

단순화하면 ‘내가 왜 이런 문제로 고생했지?’란 생각을 하게 된다.

실이 너무 많이 엉키다 보면 점점 무감각해지는 상황에 다다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던 차에 평소 RSS로 구독해 보고 있던 이은호 님의 개인 블로그에서 ‘기업활동이라는 게 별것 없다.’는 글을 보았다.

  • 고객이라는 게 별것 없다. 내가 풀 수 있는 문제로 끙끙 앓고 있는 사람이다. (돈 주는 사람 아님.)
  • 마케팅이라는 게 별것 없다. 문제 잘 푼다는 걸 고객에게 이해시키는 일이다.
  •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게 별것 없다. 문제를 풀어주니 고객이 너무너무 고맙다며 돈을 주고 싶어 안달 났기 때문에 냉큼 받아내는 일이다.

이 글은 이은호 님이 지나치게 복잡하고 심각하게 생각하던 자신을 위해 정리한 것이었습니다. 읽고 나서 무릎을 탁!!!쳤죠. 왜냐하면, 머릿속 실뭉치를 명쾌하게 가위로 잘라내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매몰은 몰입 과정중 겪는 필연에 가깝다.

사수 없이 혼자서 배우고, 적용하고, 결정하고, 조직원들을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저와 같은 경험을 하기 쉬울 거라 생각합니다. 사실 몰입 중 매몰되는 것은 어쩔 수 없이 겪게 되는 과정이기도 하죠.

중요한 건 ‘내가 너무 빠져들었구나’라는 자각을 갖는 것입니다. 스스로 깨닫게 되면 심호흡을 하면서 목표를 되새기고, 주위를 둘러보는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는 뻔한 말은 진리였던 것이죠.

매몰에서 벗어나는 추천 방법

효과적인 자각을 위해 다음 방법을 추천합니다.

  1. 누구를 위해, 언제까지, 어떤 결과물을 내야 하는지 간단하게 포스트잇에 한 문장으로 쓴다.
  2. 그리고 가장 잘 보이는 곳모니터 같은에 붙인다.
  3. 매몰 상태중 정신이 들었을 때는 습관처럼 포스트잇의 내용을 읽어본다.

이 방법을 반복하니 효과가 있었습니다. 매몰되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포스트잇을 보고 다시 목적지로 향하는 일을 반복하세요.

스스로를 믿기 어려울 것 같다면 25분마다 한 번씩 타이머를 맞추고, 기계적으로 포스트잇의 내용을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