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A
망리단길을 걷다 보면 근래에 본 간판 사인중 가장 특이한 가게를 만날 수 있다. 외벽 상단에는 정체모를 새 2마리(의 머리)가 그려져 있을 뿐이다. 간판에는 가게 이름도 없고,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힌트조차 없다. 이쯤 되면 ‘여기는 뭐하는 곳일까?’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다행히 출입구 옆에 있는 윈도우 사인을 보니 이 곳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이 가게의 이름은 ‘MOA’다. 당연히 간판에 그려진 새는 ‘모아새’가 된다. 뉴질랜드에서 인간의 욕심에 의해 (17~19세기 정도에)멸종된 것으로 추정되는 새가 망원동에 출몰한 셈이다. 친절하지 않은 사인물덕에 뭐하는 곳인지 궁금해서 들어가는 사람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망원동 모아는 ‘카페 겸 수제 캔디샵’이다. 내부가 어두워 술을 판매하는 Bar로 오해할 수도 있겠지만 캔디, 캐러멜, 초콜릿, 그리고 커피를 판매한다. 문을 열고 내부로 들어가면 달달한 캔디향이 확 들어온다. 캔디메이커인 (잘생기고) 젊은 사장님이 직접 만든 캔디를 즐길 수 있다.
1층에선 주로 귀여운 캐릭터 얼굴 모양의 수제 캔디를 판매하고 있으며, 지하에는 꽤 어둡지만 커피와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프라이빗한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지하는 어두운 편이지만 상대방에게 집중할 수 있는 조명이 테이블마다 배치되어 있어 데이트 또는 소개팅 장소로 추천할만하다.
모아는 브랜드 콘셉트가 가게 곳곳에 잘 배어있다. 외부 사인물 외에 내부에서도 모아새를 모티브로 한 사인물(메뉴판, 쇼핑백 등)을 쉽게 볼 수 있다. 아마 이 공간을 경험하고 나면 바로 검색창에 ‘모아새’를 검색하게 될 정도로 매력적이다.
세상에 수많은 동물이 존재하는데 이미 멸종된 모아새를 브랜드에 녹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멸종’이란 단어가 주는 우울감을 ‘어두운 조명’과 ‘씁쓸한 커피맛’으로 표현하고, 이 모든 것을 달달한 캔디의 맛으로 날려버리는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 ‘모아새’를 콘셉트화 하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이 드는건 너무 앞서 나간 생각일까.
아쉽게도(?)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뉴질랜드 여행 중 모아새에 영감을 받아서 콘셉을 잡았다고 한다. 없어져가는 것과 없어질 것들에 대해 모아새를 통해서 생각해보고 싶었다고… 비즈니스 마인드로 한 예상은 빗나갔지만, 창업자의 의미가 더 마음에 들었다.
|